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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11 :: 오우가/ 윤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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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6.05.07 :: 푸른 하늘 바라보는 행복이 있다/ 신석정 2
  4. 2006.04.29 :: 진정 사랑할 수 있도록 2
  5. 2006.04.25 :: 부처님 오신날/ 고원 5
  6. 2006.04.11 :: 구주소나무행렬송충이 11
  7. 2006.03.15 :: 봄비(春雨) 7
  8. 2006.03.08 :: 풍미風味
  9. 2006.03.03 :: 아름다운 관계 2
  10. 2006.02.26 :: 그 시절 다 갔어도/이승희 3
  11. 2006.02.26 :: 안경/ 유홍준
  12. 2006.02.05 :: 안나푸르나의 능선이 보이는 작은 방 5
  13. 2006.01.26 :: 겨울이 오면 봄이 멀었겠느냐 3
  14. 2005.12.18 :: 무자비한 미녀 11
  15. 2005.12.18 :: 딸에게 10
  16. 2005.10.03 :: 끈에게, 괴테의 은행나무 10
  17. 2005.07.29 :: 그대의 담쟁이는? 9
  18. 2005.06.28 :: 독산해경(讀山海經) 11
  19. 2005.06.10 :: 이슬 곁에서 10
  20. 2005.04.05 :: 장난감 / 타고르
  21. 2005.03.27 :: 나쁜 남자
  22. 2005.03.20 :: 방석
  23. 2005.02.13 :: 모진 소리
  24. 2005.02.04 :: 잠깐 멈추다
  25. 2005.02.02 :: 벌써 잊었단 말인가/ 이향아
  26. 2004.12.25 :: 비잔티움의 항해(航海)
  27. 2004.12.12 :: Fun facts for librarian
  28. 2004.09.12 :: 이야기마을 - 저학년시
  29. 2004.08.11 :: 독산해경(讀山海經) / 도연명
  30. 2004.06.10 :: 여기는 안드로메다
etext 2007. 8. 11. 11:33

1.
내 버디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머엇 하리.

2. 水 
구름 빗치 조타 하나 검기를 자로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 뉘 업기는 믈 뿐인가 하노라.

3. 石
고즌 므스 일로 퓌며셔 쉬이 디고
플은 어이 하야 프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티 아닐손 바회 뿐인가 하노라.

4. 松
뎌우면 곳 퓌고 치우면 닙 디거늘
솔아 너는 얻디 눈 서리를 모르는다.
구천(九泉)의 불희 고든 줄을 글로하야 아노라.

5. 竹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는다.
뎌러코 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햐 하노라.

6. 月
쟈근 거시 노피 떠셔 만물을 다 비취니
밤듕의 광월(光月)이 너만 하니 또 잇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벋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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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etext 2007. 8. 11. 11:29

오우가 - 텔레비전·1 / 함민복

텔레비전을 아버지라 부르고 싶다
(한때 테레비가 부의 상징이기도 했었다)
텔레비전이 가족을 침묵시키고 둘러앉게 한다
가족 중 테레비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테레비는 아버지처럼 맘도 넓다
말씀 좀 크게 하시죠
리모컨으로 삿대질을 하면-오냐->>→>>>.
또 말씀의 자장가를 베고 잠들 때도 있지만
자상하여라 오늘은 우산을 가지고 나가거라
남북통일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통일절망대와 난폭운전 365일 보면 안다
가장, 우리 생활의 통솔자 테레비는
일 안하고 앉아서 돈 벌려고 하는 시대에
두 발로 뛰어 돈 번 황영조 선수의 감동과
때론 익은 범죄자가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유만 가지고 못 살겠다 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모스크바 시민들과
국회, 어른들 싸움이 애들 싸움되는 것도 보여주고
대통령 선거의 당락을 결정하기도 하니
칭송받아 마땅한 테레비의 빛나는 위력으로
저를 이렇게까지 길러주신 테레비님께 감사하며
어머니 테레비를 갖다가 버릴까요
독서가 잘 안되서 그러는데요
나는 요따위로 싸가지 없이 불효막심하게
말할 수도 없다 테레비가 정말 나의 아버지인가
그렇다면 나는 꼭 테레비를 모시고 있어야 한다
이 테레비 없는 후레자식
네 테레비가 널 그렇게 가르치디
요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성의 시대는 끝났다 잡성의 시대에
나는 테레비가 없다면, 끔직한 상상이지만
나는 무엇을 스승으로 삼고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간지러움, 강제의 웃음이라도 웃을 수 있겠는가
강시처럼 뛰어가는 캥거루를 어떻게 볼 것이며
사이다처럼 시원한 장백폭포를 어떻게 느낄 것인가
내 대신 춤추고 내 대신 노래하고 내 대신
절망하는 슬프기까지 한 브라운 관이 없다면
공동화제의 빈곤으로 다른 사람들을
어찌 만날 것이며
이 산골에서 어떻게 계절에 맞춰 외출복을 입고
시내에 나갈 수 있을까
뉴스 끝에 보여주는 고궁을 거니는 연인들의 옷을 보고
아아 무엇보다도
지상 최대의 투기꾼들, 한평생으로 영생을 얻으려는
도박다운 도박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
교회로 몰려가는 일요일 나는 무슨 재미로
휴식의 하루를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아, 고마워라 고마운 테레비
엑셀런트, 미라클, 임팩트, 내쇼날,
이제 나는 어버이날 테레비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련다
아흔아홉 마리의 사면발이보다 길 잃은
한 마리 사면발이를 구해줄 테레비여
창녀촌의 의자가 길을 향해 가지런히 있듯
내 의식을 심플하게 정리해줄
아버지처럼 소중한 나의 친구 테레비여
- 시집『자본주의의 약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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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ext 2006. 5. 7. 09:47
따뜻한 햇볕 물 우에 미끄러지고
흰 물새 동당동당 물에 뜨듯 놀고 싶은 날이네
 
언덕에는 누런 잔디 헤치는 바람이 있고
흰 염소 그림자 물 속에 어지러워
 
묵은 밭에 가마귀 그 소리 한가하고
오늘도 춤이 잦았다... 하늘에 해오리...
 
이렇게 나른한 봄날 언덕에 누워
나는 푸른 하늘 바라보는 행복이 있다.
 

Michael So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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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etext 2006. 4. 29. 14:45

진정 사랑할 수 있도록
꿈꾸고 있을 때나, 걸을 때나
친구를 만날 때나, 만났다 헤어질 때나
진정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대를 사랑하고
그대의 삶을 사랑할 수 있도록
영혼의 환한 벽 속에 육체가 안식하고
오래되어 퇴색한 소박함이
그대의 순수한 삶의 여울목이 되도록
그런 절박한 욕구가 솟구치는
정갈한 아침과 저녁에는
하늘을 사랑할 수 있도록
울음을 터뜨리며
그대와 나의 하늘을 사랑할 수 있도록
가슴 깊이 외치는
온 세상의 젊은 삶을
우리의 작으나 푸르른 삶을
우리의 아프나 순결한 삶을
아, 이 삶이 끝난 뒤에도
진정 사랑할 수 있도록

-- 안찬수, 진정 사랑할 수 있도록

* 옛날 수첩을 뒤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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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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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xt 2006. 4. 25. 15:08
 

 
* 올해는 5월5일 어린이날하고 겹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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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알아서 남주자/information 2006. 4. 11. 01:54

지금 읽고 있는 책에 행렬송충이 이야기가 나온다. 검색해보니 파브르 곤충기에도 나오는 모양. (아이들 용은 전자책 으로 읽어볼 수 있다 - 읽어보면 아쉽지만) 어렸을 때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지금 기억나는 거라곤 말똥구린지 소똥구리 이야기밖에 없으니... 아무튼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따르면 행렬이 길게는 12미터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오규원의 '송충이'를 보면 송충이의 행렬은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었는 듯.

송충이가 나무 위에서 떼를 지어

줄기와 잎 위로 행진하는 모습이
내 발목을 거머쥐고 안경을
고쳐쓰게 하는구나 편견이란
때로 얼마나 위대하냐

큰 놈이나 작은 놈이나 송충이는
모두 저렇게 아름답다
줄기 위의 하늘에서 잎 위의 하늘로 옮아가는 몸놀림은
낮은 강물소리 같다
보송하게 살이 잘 오른
가슴이며 아랫도리는 르누아르의
화풍이다 보라
보드라운 솜털은
대낮에도 별빛을 옭아맨다

일렬로 나뭇가지로 오르니
가두 행렬의 선발대 같고
롬멜의 탱크 부대 같다
송충이에 비해 나뭇가지는
사하라 사막이다 사막이란
또한 얼마나 깊게 숨쉬는가
편견이란 얼마나 위대하냐
나는 아직도 꽃이
아름답다는 편견이 배 밑에 깔려

송충이의 배 밑에 깔려
사하라 사막의 모래 밑에 깔려
달빛을 옭아매는
송충이의 솜털 사이에
하얀 한 장의 종이로 접혀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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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etext 2006. 3. 15. 22:49

한 나무 이파린데, 단풍이 먼저 드는 놈있고 나중 드는 놈있다.

한 깍지 속 콩들인데 작은 놈 있고 큰 놈 있다

함께 까놓은 마늘인데 먼저 썩는 놈 있고 나중 썩는 놈 있다.

늘 그런 차이들이 신기했었다. 그런데 숙종 때 윤홍찬이 봄비 속에서 그걸 보고 있었다.


柳色雨中新 

桃花雨中落 

一般春雨中 

榮悴自堪惜


비가 내리네

봄비가 내리네

 

버들은 비 맞아 산뜻도 한데

복사꽃은 하나 둘 힘없이 지네

 

똑같은 봄비 고루 오는데

어쩌면 이리 서로 다른 삶일까 - 정진권 역

 

봄비가 내리네/ 윤홍찬 시, 김광자 곡, 소프라노 황혜숙, 피아노 홍은경

(음악출처: 콩이랑 이스리랑 떼구르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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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etext 2006. 3. 8. 02:08

풍미風味 / 김구용




나는 판단 이전에 앉는다.
이리하여 돌[石]은 노래한다.

생기기 이전에서 시작하는 잎사귀는
끝난 곳에서 시작하는 엽서였다.
대답은 반문하고
물음은 공간이니
말씀은 썩지 않는다.

낮과 밤의 대면은
거울로 들어간다.
너는 내게로 들어온다.

희생자인 향불.

분명치 못한 정확과
정확한 막연을 아는가.

녹綠빛 도피는 아름답다.
그대여 외롭거든
각기 인자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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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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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eyes/issue 2006. 3. 3. 11:23

아름다운 관계/ 박남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가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


그림: 귄터 그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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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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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xt 2006. 2. 26. 23:51

그 시절 다 갔어도/이승희
 
 
 
그래, 나 못생긴 돌멩이 맞아, 맞다고, 납작보리 같은 흉터도 선명하지. 꽃병 둥글게 날아가던 시절, 그 불길 속을 날았지. 그래 난 아직도 날고 있는 중이야, 어쩔 건데. 아직 아무것도 맞히지 못했을 뿐이야, 온전히 내 무게를 공중에 버리고 나면 떨어지지도 못하고 사라지겠지만.

 

그렇게 중심을 잃는 일 두려워, 무서워 속도를 늦출 수 없네. 비껴가고 싶지는 않지만 부딪혀 깨져가거나 제 무게만으로 추락하는 일은 무서워, 그래도 비명 같던 무늬 둥글게 타오르고, 상처도 닳고 닳으면 둥글어지겠지만, 둥글게 날아가 박히는 것이 더 깊고 오랜 상처로 남는다는 것을 당신도 알아야 할 거야.

 

-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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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유홍준

 

 

 

이런
너는 두 다리를
귀에다 걸치고 있구나 아직
한 번도 어디를 걸어가 본 적이 없는 다리여
그러나 가야할 곳의 풍경을 다 알아서 지겨운 다리여
그렇구나 눈(目)의 발은
귀에다 걸치는 것
깊고 어두운 네 귓속
귀머거리 벌레 한 마리가
발이란 발을 모두 끌어 모으고 웅크리고 있구나
눈에서 귀로 발을 걸치는, 보고 듣는다는 것의 고역이여
얼마나 허우적거렸기에 너는
눈에서 귀로 발을 걸치는 법을 배웠을까
콧등 훌쩍이는 이 터무니없는 생각들
콧등 아래로 자꾸만 흘러내리는
이 형편없는 나의
眼目들

- 상가에 모인 구두들, 실천문학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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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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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xt 2006. 2. 5. 22:38

안나푸르나의 능선이 보이는 작은 방/ 박정대

 

이곳은 대낮에도 어둡다
램프의 심지에 불을 붙이면 겨우 돋아나는 지구, 지구에 불이 켜지면 나는 나의 고독과 함께 생의 탁자에 돌아와 앉는다
누군가와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가스레인지의 불꽃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뜨겁게 물이라도 끓이고 싶은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지구는 몹시도 춥고 어둡다
그대가 없는 지구는 대낮인데도 흑야다. 그래서 검은 대낮의 밤을 나는 그대 생각의 불꽃만으로 견딘다

(그 불꽃의 힘만으로 내가 살아갈 수 있기를
그 불꽃의 힘만으로 내가 살아갈 수 없기를)

그래서 어두운 창밖에는
하루 종일 함박눈이라도 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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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etext 2006. 1. 26. 09:52

[…]우주 사이에 휘날리어 새 생명을 주어라!
그리하여, 부르는 이 노래의 소리로,
영원의 풀무에서 재와 불꽃을 날리듯이,
나의 말을 인류 속에 넣어 흩어라!
내 입술을 빌려 이 잠자는 지구 위에
예언의 나팔 소리를 외쳐라, 오, 바람아,
겨울이 만일 온다면 봄이 어찌 멀었으리오?

― 함석헌 역

 

[...]나와 저 숲의 슬프나 감미로운, 깊은 가을의
정조를 감득하게 되리라. 사나운 정기(精氣)인 너,
내 정신 되라! 격렬한 자여, 너는 나 되라!

시들은 잎사귀들 휘몰아가 새로운 탄생을 재촉하듯,
온 누리로 내 죽은 사상들을 휘몰아가라!
그리고 이 시를 주문 삼아

불 꺼지지 않는 화덕에서 재와 불꽃을 흩어내듯
인류에게 내 말을 퍼뜨려라!
내 입술 통해 아직 잠깨지 않은 세상 향해

예언자의 나팔 소리 되라! 오, 바람이여,
겨울 오면 봄 또한 멀겠느냐?
― 강대건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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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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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xt 2005. 12. 18. 21:16

"무자비한 미녀"(La Belle Dame Sans Merci) /  키츠

 

 

오 무슨 번민이 있는가요, 그대 갑옷 입은 기사여,
홀로 창백한 모습으로 헤매이는데?
사초는 호숫가에서 시들고
새들도 노래하지 않는데.
 
오 무슨 번민이 있는가요, 그대 갑옷 입은 기사여,
그토록 여위고, 그토록 슬픔에 잠겼는데?
다람쥐의 창고는 가득차고
추수는 끝났는데.
 
나는 보네 고뇌와 열병의 이슬로 젖은
그대 이마 위의 한 송이 백합꽃을.
그리고 그대의 뺨에서 시드는 장미는
역시 빨리 시드는 것도.
 
나는 초원에서 한 숙녀를 만났소,
온전히 아름다운 요정의 딸을.
그녀의 머리칼은 길고, 그녀의 발은 가볍고
그녀의 눈은 정열적이었소.
 
나는 그녀의 머리에 꽃다발을 만들어 주었소,
그리고 팔찌와 향기로운 허리띠도,
그녀는 마치 사랑하듯 나를 바라보며
달콤한 신음소리를 내었소.
 
나는 그녀를 천천히 걷는 내 말에 태웠고
온종일 다른 것은 보질 못했소,
비스듬히 그녀는 몸을 기울여
요정의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오.
 
그녀는 나에게 달콤한 맛나는 풀뿌리와
야생꿀과 감로를 찾아주며
정녕 묘한 언어로 말했소 -
저는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요.
 
그녀는 나를 요정 동굴로 데리고 가서
거기서 울며 무척 비탄에 잠겨 한숨 지었소.
거기서 나는 그녀의 이글이글 불타는 눈을 감겨 줬소,
네 번의 입맞춤으로.
 
거기서 그녀는 나를 어르듯 잠재웠고,
거기서 나는 꿈꾸었소 - 아! 슬프게도!
나는 이 싸늘한 산허리에서
마지막 꿈을 꾸었소.
 
나는 보았소 창백한 왕들과 왕자들을,
창백한 용사들도, 그들은 모두 죽음처럼 창백했소.
그들은 부르짖었소 - "무정한 아름다운 여자가
그대를 사로잡았구나!"
 
나는 보았소 어스름 속에서 소름끼치는 경고를 하는
그들의 굶주린 입술이 크게 벌어진 것을,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 내가 여기
이 싸늘한 산허리에 있음을 알았소.
 
이것이 내가 홀로 창백한 모습으로
헤매이며 여기 머무는 까닭이라오.
비록 사초는 호숫가에서 시들고
새들도 노래는 하지 않지만.

 

http://ww1.introcom.net/~skywalk520/engpoem/keats02.htmlJohn

 

La Belle Dame Sans Merci / Keats (1795-1821) / Ballad


I.

O WHAT can ail thee, knight-at-arms,
Alone and palely loitering?
The sedge has wither’d from the lake,
And no birds sing.

II.

O what can ail thee, knight-at-arms!
So haggard and so woe-begone?
The squirrel’s granary is full,
And the harvest’s done.

III.

I see a lily on thy brow
With anguish moist and fever dew,
And on thy cheeks a fading rose
Fast withereth too.

IV.

I met a lady in the meads,
Full beautiful—a faery’s child,
Her hair was long, her foot was light,
And her eyes were wild.

V.

I made a garland for her head,
And bracelets too, and fragrant zone;
She look’d at me as she did love,
And made sweet moan.

VI.

I set her on my pacing steed,
And nothing else saw all day long,
For sidelong would she bend, and sing
A faery’s song.

VII.

She found me roots of relish sweet,
And honey wild, and manna dew,
And sure in language strange she said—
“I love thee true.”

VIII.

She took me to her elfin grot,
And there she wept, and sigh’d fill sore,
And there I shut her wild wild eyes
With kisses four.

IX.

And there she lulled me asleep,
And there I dream’d—Ah! woe betide!
The latest dream I ever dream’d
On the cold hill’s side.

X.

I saw pale kings and princes too,
Pale warriors, death-pale were they all;
They cried—“La Belle Dame sans Merci
Hath thee in thrall!”

XI.

I saw their starved lips in the gloam,
With horrid warning gaped wide,
And I awoke and found me here,
On the cold hill’s side.

XII.

And this is why I sojourn here,
Alone and palely loitering,
Though the sedge is wither’d from the lake,
And no birds sing.

http://www.bartleby.com/126/55.html

그림: 카우퍼/ 워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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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  김용택

 

복숙아
니 핵교 그만둔 것
징검다리를 건너다가도
밭을 매다가도
그냥 우두커니 서지고
호미 끝이 돌자갈에 걸려
손길이 떨리고
눈물이 퉁퉁 떨어져
콩잎을 다 적신다.
이 에미가 이렇게
가슴이 미어지는디
너사 을매나 가슴이 아프겄냐
허지만, 너만 그런 것도 아닌가 보드라
너도 인자 돈벌어
시집 가서 잘 살아라
복숙아
논에 들고 밭에 들어 일헐 때
그냥 너그덜 못 입히고 못 멕이고,
언제 너그들 가욋돈 한번 준 적 있었냐.
그렇게 가르친 걸 생각하면
꼭 죽것다.
그냥, 공일날만 돌아오면 걱정이 되고
고추 팔고 삼베 팔고 니 애비 모르게
온갖 곡식 되로 말로 퍼내어
알탕갈탕 침이 마르게 돈 주고
이 고샅 저 고샅
발이 닳아지고
입이 닳아지게
돈 꿔다 주고 그래도
너그들 시무룩허게
쌀자루 메고 김치단지 들고 가는 꼴을
밭머리 들다 바라보면
너그 가슴이야 오죽들 혔겄냐만
내 가슴은 그냥 찢어졌단다
복숙아
이 몸뚱아리가 닳아지고 찢어질 것 같은 것이었으면
진즉 다 닳아지고 찢어져버렸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너그들 방학 때 명절 때
끄릿끄릿 줄줄이 집에 오는 것이
곡석들 잎 사이로 보이면
내 자석들, 내 자석들 허며
손길이 빨라지고
내 삭신이라도 떼어 주고 싶었니라
복숙아
니 일 니가 비문히 알아서 허겄냐만
너무 조급히 맘묵지 말아라
멀쩡한 생사람들이 죽고도
다들 살드라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오손도손 우애 있게
사는 것이 질이여
객지생활허는 너그들 다
그냥 몸이나 성혀야 헐 텐디
생각허면 헐수록
꼭 짠혀 죽겄다.

 

복숙아
바라보면 첩첩 산이요
돌아보면
굽이굽이 살아온 물이구나

 

하루가 다르게
저 앞산 앞내가 푸르러져오고
농사철은 코앞에 닥쳐오는디
홀몸으로 걱정이 저 앞산 같다만
어치고 어치고 또 되겄지야
일자리 잽히면 한번 댕겨가그라
산중에서 못난 니 에미가.

 

산이 참 곱게도 물들고
강이 참 맑기도 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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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xt 2005. 10. 3. 21:47
괴테의 은행나무 시 자필원고/ 뒤셀도르프 괴테 박물관
 
잎은 하나이면서 둘인가
둘이면서 하나인가
아! 사랑은 저러해야 하는 것을...
(한글 인터넷에 떠도는 괴테의 은행나무 시)
 
Gingo biloba
       
Dieses Baums Blatt, der von Osten
Meinem Garten anvertraut,
Gibt geheimen Sinn zu kosten,
Wie's den Wissenden erbaut.
 
Ist es ein lebendig Wesen,
Das sich in sich selbst getrennt?
Sind es zwei, die sich erlesen,
Daß man sie als eines kennt?
 
Solche Fragen zu erwidern,
Fand ich wohl den rechten Sinn:
Fühlst du nicht an meinen Liedern,
Daß ich eins und doppelt bin?
(in: West-östlicher Divan)
 
동방에서 내 정원으로
의탁해 온 나무가 있어
그 이파리, 비밀스런 의미를 맛보게 하네
아는 자를 기쁘게 하네
 
안에서 둘로 나뉜
하나인가?
남들이 하나인듯 알도록
선택된 둘인가?
 
그 물음에 답하려다
올바른 의미를 발견했다네
그대는 내 노래에서
내가 하나이자 둘임을 느끼지 않는가?
(trans. by 兀阜 Orb, 2005)
 
Ginko Biloba
 
Leaf of Eastern tree transplanted
Here into my garden's field
Hast me secret meaning granted
Which adepts delight will yield
Art thou one - one living being
Now divided into two?
Art thou two, who jointed agreeing
and in one united grew?
To the question, pondered duly,
Have I found the right reply:
In my poems you see truly
Twofold and yet one am I.
(translation by Paul Carus, 1915)
 
네이벙 바부탱이! 대체 몇번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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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xt 2005. 7. 29. 14:32

담쟁이
내겐 허무의 벽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인지도 몰라
내겐 무모한 집착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황홀한
광기인지도 몰라
누구도 뿌리내리지 않으려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내리는 저 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으며
칸나꽃보다 더 높이 하늘로 오르네
마침내 벽 하나를
몸속에 집어넣고
온몸으로 벽을 갉아먹고 있네

아, 지독한 사랑이네


―이경임, 쨍한 사랑노래
(박혜경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에서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도종환, 담쟁이

 

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나를 가두었던 것들을 저 안쪽에 두고

내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겠다
지금도 먼 데서 오는 바람에
내 몸은 뒤집히고, 밤은 무섭고, 달빛은
면도(面刀)처럼 나를 긁는다

나는 안다
나를 여기로 이끈 생각은 먼 곳을 보게 하고
어떤 생각은 몸을 굳게 하거나
뒷걸음질치게 한다

아, 겹겹의 내 흔적을 깔고 떨고 있는
여기까지는 수없이 왔었다
- 조은, 담쟁이

 

나는 담쟁이입니다. 기어오르는 것이 나의 일이지요.
나의 목표는 세상에서 가장 길며 튼튼한 담쟁이 줄기를 이루는 것입니다. 옆 벽에도 담쟁이 동무 잎들이 기어오르고 있었지만 내가 더 길고 아름답습니다. 내 잎들은 부챗살 모양입니다.
 
오늘도 그 사람이 보러 왔습니다. 나는 힘차게 벽을 기어 올라갔습니다. 그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나를 바라보다가 벽의 어깨를 한 번 쓰다듬고는 떠나갔습니다.
나는 부챗살로 벽을 기어 올라갔습니다. 주홍빛 아침 해가 내 꿈밭 위에서 허리를 펼 때까지. 아아,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담쟁이 줄기가 될 때까지. 있는 힘을 다해.

- 강은교, 그 담쟁이가 말했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뜰의 낙엽을 긁어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 새 날아 떨어져서, 또 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의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삼십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건만 날마다의 시중이 조련치 않다. 벚나무, 능금나무---제일 귀찮은 것이 담쟁이이다. 담쟁이란 여름 한철 벽을 온통 둘러싸고, 지붕과 굴뚝의 붉은 빛만 남기고, 집안을 통째로 초록의 세상으로 변해줄 때가 아름다운 것이지, 잎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하게 드러난 벽에 메마른 줄기를 그물같이 둘러칠 때쯤에는, 벌써 다시 거들떠볼 값조차 없는 것이다. 귀찮은 것이 그 낙엽이다. 가령, 벚나무 잎같이 신선하게 단풍이 드는 것도 아니요, 처음부터 칙칙한 색으로 물들어, 재치 없는 그 넓은 잎은 지름길 위에 떨어져 비라도 맞고 나면, 지저분하게 흙 속에 묻히는 까닭에, 아무래도 날아 떨어지는 족족 그 뒷시중을 해야 한다. [...]
- 이효석, 낙엽을 태우면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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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해경(讀山海經)   / 도연명


     
         초여름 초목은 나날이 자라고

         집 둘레 나무는 잎가지가 무성하다

         새 떼는 깃들 곳에 즐거워하고

         나 또한 내 집을 사랑하노라

         이미 밭 갈고 씨 뿌렸으니

         이제는 나의 책을 꺼내 읽는다

         내 사는 곳 거리에서 멀리에 있어

         친한 이도 수레를 돌리어 간다

         즐기어 혼자 봄 술을 마시며

         정원의 나물 뜯어 안주를 한다

         가는 비는 동쪽에서 나리어 오고

         비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도 좋다

         찬찬히 주왕전을 꺼내어 읽고

         두루 산해도를 읽어도 본다

         고개 끄덕이는 동안 우주를 다 보니

         이 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으랴.

 

      孟夏草木長  
     繞屋樹扶疎  

     衆鳥欣有託  

     吾亦愛吾盧
     旣耕亦已種  

     時還獨我書...

 

* 愛吾齋(애오재) 가 어떨라나.......^^ 헌데 한글로 쓰면 안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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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힘을 쓰며
찌푸린 하늘을
요동치는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저 쬐그만 것들

작아서, 작아서
늘 아름다운 것들,

밑에서 밑에서
늘 서러운 것들.
― 조태일, 「이슬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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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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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xt 2005. 4. 5. 09:52

장난감 / 타고르

 

아이야, 너는 땅바닥에 앉아서 정말 행복스럽구나,
아침나절을 줄곧 나무때기를 가지고 놀면서!
나는 네가 그런 조그만 나무때기를 갖고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나는 나의 계산에 바쁘다, 시간으로 계산을 메꾸어버리기 때문에.

아마도 너는 나를 보고 생각할 것이다,
『너의 아침을 저렇게 보잘것없는 일에 보내다니 참말로 바보 같은 장난이로군!』 하고.

아이야 나는 나무때기와 진흙에 열중하는 법을 잊어버렸단다.
나는 값비싼 장난감을 찾고 있다, 그리고 금덩어리와 은덩어리를 모으고 있다. 
너는 눈에 띄는 어떤 물건으로도 즐거운 장난을 만들어낸다. 
나는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는 물건에 나의 시간과 힘을 다 써버린다.

나는 나의 가냘픈 쪽배로 욕망의 큰바다를 건너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자기도 역시 유희를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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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O..
 
나쁜 남자/ 장선우

 

정말 나쁘더군요

끝까지 나쁘더군요

 

화집을 끼고 앉아 잘생긴 남자친구

기다리던 여자였는데

나쁜 남자 만나 창녀가 되어

더이상 잃을 것도 없는 여자가 되어 따라가네요

 

사실은 부럽기조차 했어요

여자가 몸파는 동안

바닷가에 쪼그리고 앉아 무심하게

기다리고 있는 그 남자가

웬지 부러웠어요

 

그렇게 슬픈 밥 먹으면서도

함께 떠다닐 수 있다는 게 부러웠나요

더이상 잃을 것도 빼앗길 것도 없는

그들 사랑이 부러웠나요

 

* 그의 영화는 몰라도 그의 시는 참 좋다. 아마추어의 소박함이 되레 신선하다. 가벼운 무거움이라할지 무거운 가벼움이라할지... 그것도 유쾌하다. 그렇게 슬픈 밥 먹으면서도 한 생을 끝까지 떠나녀야 한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부러울 일일는지도... 아들 생일이다. 없는 시간 쪼개 꺼이꺼이 미역국을 끓여주었는데, 어제 먹던 카레를 달란다. 나쁜 자슥... 화가 덜 풀렸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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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 야마노구치 바쿠

 

바닥 위에 마루
마루 위에는 다다미

다다미 위에 있는 것은 방석

그 위에 있는 것이 안락

안락 위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일까.

어서 깔고 앉으세요, 권하는 대로

안락하게 앉은 쓸쓸함이여,

바닥 세계를 멀리 내려다보고 있는 듯이

생소한 세계가 쓸쓸하구나.

 

- 하이타니 겐지로 <태양의 아이>에서



사진: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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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소리 /  황인숙 

 

모진 소리를 들으면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더라도
내 귀를 겨냥한 소리가 아니더라도
모진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쩌엉한다.
온몸이 쿡쿡 아파온다
누군가의 온몸을
가슴속부터 쩡 금가게 했을
모진 소리

나와 헤어져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고개를 수그리고
내 모진 소리를 자꾸 생각했을
내 모진 소리에 무수히 정 맞았을
누군가를 생각하면
모진 소리,
늑골에 정을 친다
쩌어엉 세상에 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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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 - 속도에 관한 명상 / 반칠환


보도블럭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

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어제는:

1. 호주제 헌법 불합치 판결

2. 지율스님 단식 풀다

3. 마감



A Matter O..

 

힘겨운 시간에 함께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모든 생명과 우리들이 둘이 아니라는 데서 천성산 이야기를 시작했으며, 지금은 대립되는 듯 보이는 정책과 동화처럼 쓴 도롱뇽 이야기가 둘이 아니라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미숙함으로 인해 많은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이제 마른 땅에 심어진 생명의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그 영지가 우리와 아이들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함께하여 주신 뭇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일어서겠습니다.
  
  2005년 2월3일 지율 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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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잊었단 말인가/ 이향아

 

 

오늘 하루 편히 쉬기로 하였다
장막을 치고 거미줄 같은 관계에서
나를 떼어서
쉬어야지
편히 쉬었다

어슬어슬 해가 저문다
그러나 나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그러나 나를 모두 버렸단 말인가
오늘 하루 쉬는 동안
한 통의 전화도 없었다
아무도 날 불러내지 않았다
그들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고
아무 탈이 없나 보다
섭섭하다
이 배신과 절망
이 추방과 소외

내가 먼저 세상을 잊으려고 했으면서
내가 먼저 세상을 버리려고 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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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가 교과서에 수록되었다는데, 번역, 맘 안든다...

 

비잔티움의 항해(航海)
 
- 예이츠(Yeats)/정현종 옮김 

저 곳은 늙은이들이 살 나라가 못 된다, 서로 껴안고 있는
젊은이들, 나무 속의 새들

―저 죽어 가는 세대들―은 노래 부르며,

연어―폭포, 고등어 우글대는 바다,

물고기, 짐승, 혹은 조류(鳥類)는 온 여름 내내 찬미한다.

온갖 배고 태어나고 죽는 것들을.

관능의 음악에 흘리어, 모두가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를 소홀히 하고 있다.

 

                       2

늙은이는 다만 하나의 하찮은 물건,

막대기에 걸린 다 헐어진 옷, 만일

영혼이 손뼉치며 노래 부르지 않는다면,

죽어야 할 옷의 조각조각을 위해 더욱더 소리 높이 노래 부르지 않는다면,

또한 거기엔 영혼의 장려한 기념비를 공부하는

노래 학교만이 있다.

그래서 나는 바다를 건너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움으로 항해해 왔다.

 

                       3

오 마치 벽의 황금빛 모자이크 속에 있는 것처럼

신의 성스런 불 속에 서 있는 성인들이여,

성화(聖火)로부터 나오라, 감돌며 내려오라,

그래서 내 영혼의 노래 스승이 되어라.

나의 심장을 태워 없애라. 욕망으로 병들고

죽어 가는 동물에 얽매이어

심장은 스스로가 뭔지 알지 못하니, 그리고 나를

영원한 예술품 속에 넣어 다오.

 

                       4

일단 자연을 벗어나면 나는 결코

어떠한 자연적인 것에 닮은 육체의 형태를 취하지 않으리,

오직 희랍 금세공이

졸음 오는 황제를 잠 깨워 놓기 위해,

혹은 비잔티움의 귀족과 귀부인들에게 과거, 현재, 미래를

노래해 주도록 황금가지 위에 앉혀 놓은

금박 혹은 황금 에나멜로 만든

그런 형상(形象)이 되리라.

 

SAILING TO BYZANTIUM
W.B. Yeats

I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The young
In one another's arms, birds in the trees--
Those dying generations -- at their song,
The salmon-falls, the mackerel-crowded seas,
Fish, flesh, or fowl, commend all summer long
Whatever is begotten, born, and dies.
Caught in that sensual music all neglect
Monuments of unageing intellect.

II
An aged man is but a paltry thing,
A tattered coat upon a stick, unless
Soul clap its hands and sing, and louder sing
For every tatter in its mortal dress,
Nor is there singing school but studying
Monuments of its own magnificence;
And therefore I have sailed the seas and come
To the holy city of Byzantium.

III
O sages standing in God's holy fire
As in the gold mosaic of a wall,
Come from the holy fire, perne in a gyre,
And be the singing-masters of my soul.
Consume my heart away; sick with desire
And fastened to a dying animal
It knows not what it is; and gather me
Into the artifice of eternity.

IV.
Once out of nature I shall never take
My bodily form from any natural thing,
But such a form as Grecian goldsmiths make
Of hammered gold and gold enamelling
To keep a drowsy Emperor awake;
Or set upon a golden bough to sing
To lords and ladies of Byzantium
Of what is past, or passing, or to come.

- The Tower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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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알아서 남주자/relax 2004. 12. 12. 00:04
 

- 차 례 -

1. 도서관 관련 시
2. 도서관 관련 영화/소설/드라마
3. 도서관 관련 그림, 사진, 일러스트, 광고
4. 도서관 관련 유머
5. 도서관을 다룬 칼럼/시론/에세이
6. 도서관에서 일어난 재미있고 훈훈한 이야기
7. 도서관 관련 흥미진진한 FAQ
9. 도서관 관련 명언/표어

 

http://web.archive.org/web/20030416231559/pwclis.pwc.ac.kr/lis/fun/index.html

 

도서관에서


지식의 배설물들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쌓아놓으니
참 두엄자리 장관이로다
이 거름 뿌리면 저 수많은 두뇌의 화초들
이파리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리니
복사실에선 지식을 태우는 연기가 스모그를 이루고
사람들은 스모그 속에서 의식의 사리를 줍는다

계통적으로 정리된 나무의 납골당에서
진시황이 불태운 책 한 권을 꺼내드니
살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들의 시체가 시커멓다
얇은 종이관에 안치된 시체들에게 소중히 경배하면서
우리는 제사장에게 우리들의 이름 한 점씩을 떼어주고
시체들이 제공하는 언제나 날것인 죽은 회를 음복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새로운 제사법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를 낳고
유다는 다말에게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고
베레스는 헤스론을 낳고 헤스론은 람을 낳고
람은 아미나답을 낳고 아미나답은 나손을 낳고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 썩어가노라

달마는 지혜의 해골을 혜가에게 건네주고
혜가는 승찬에게 건네주고
승찬은 도신에게 건네주고
홍인은 혜능에게 그 해골 건네주니
지혜 또한 썩고 또 썩어 다시 똥이 되는데

그 똥 먹기 위해 이렇듯 북새통을 이루니
똥을 퍼주는 배식원들은 자꾸만 불친절해지고
오줌 한 방울도 흘리지 않기 위해 배고픈 사람들은
아무 소리 못 하고 똥독을 소중히 받아안는다
아 그 거름 모래비처럼 세상에 쏟아질 날
입 벌리고 기다리노라
이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새로운 고행법이다

나무의 시체를 먹고 또 먹어
나의 뱃속에 도서관만한 나무 한 그루 뿌리내릴 때까지
나는 나를 낳고 나는 나를 낳고
나는 나에게서 나와 나를 낳고
먼저 죽어야 할 나의 고기로 회를 펴 먹는 시간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헛된 식욕을 위해
시간의 목탁을 두들기며 탁발하는
차창룡 (시인) / 문학동네 2001년 여름호 pp. 314-316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etext 2004. 9. 12. 12:07

 

울엄마 보고

이종택/시인


이웃집 순이

울엄마 보고

할매라고 불렀다.


잠이 안 온다.

낼 아침 먹고

따지러 가야겠다.


- 울엄마가 더 늙었나.

- 네 엄마가 더 늙었나.

(발행월 : 96년 12월)



호수

정지용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오리 모가지는

호수를 감는다


오리 모가지는

자꼬 간지러워(발행월 : 96년 04월)


송아지

권태응/아동문학가


껑충껑충 송아지

엄마 뒤 따라,

벼 실러 들 가는데

뛰어가고.


엄매 엄매 송아지

엄마가 쉬면,

선 채로 젖꼭지를

물고 빨고.(발행월 : 96년 09월)

 

호박잎

김종길/아동문학가


비가 오면 호박잎은

우산이 되지요

호박꽃이 젖을까 봐

우산이 되지요.


해가 쬐면 호박잎은

양산이 되지요

호박꽃이 더울까 봐

양산이 되지요.(발행월 : 96년 06월)



호박꽃

김은영/아동문학가

변소 갈 때마다

보는 꽃


우물 갈 때마다

보는 꽃


꿀벌 잡으려고

꽃잎 오므려 본 꽃


못생긴 얼굴

호박꽃이라고


그건 꽃을 볼 줄

모르는 사람


언제 보아도

엄마 얼굴처럼 푸근한


여름내

시들지 않는 꽃


눈 감고도

어디 피었는지 아는 꽃

(발행월 : 96년 07월)

 

병아리


윤동주/시인

ꡒ뾰, 뾰, 뾰

엄마 젖좀 주라ꡓ

병아리 소리.


ꡒ꺽, 꺽, 꺽,

오냐 좀 기다려ꡓ

엄마닭 소리.


좀 있다가

병아리들은

엄마 품속으로

다 들어갔지요.

발행월 : 96년 07월




달라질래요

성내운

우리 반 동무들은 모두 달라요.

얼굴도 다르고

키도 달라요.

모두가 똑같아지면 우스울 거야.


우리 반 동무들은 모두 달라요.

생각도 다르고

재주도 달라요.

모두가 똑같아지면 우스울 거야.


어머니는 아버지와 달라서 좋고

오빠는 언니와 달라서 좋아요.

서로가 똑같으면 우스울 거야.


나는 나는

동무들과 달라질래요.

오빠와 언니와도 달라질래요.

모두가 똑같으면 우스울 거야.


나는 나는

이 세상의 누구와도 달라질래요.

달라져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말 거야.

(발행월 : 96년 09월)

 

형제별

방정환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반짝반짝

정답게 지내이더니


웬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남은 별이 둘이서

눈물 흘린다.

발행월 : 96년 10월





홍 시


하청홍 / 시인

겨울날

외갓집에서

홍시를 먹는다.


화로 속에

묻어 둔

빨간 숯불처럼


할머니 가슴 속에

고이 묻어 둔

빨간 불씨.


어머니 마음보다

한겹 더 도타운

할머니 사랑.


이 겨울

빨간 불씨

홍시를 먹는다.

(발행월 : 96년 12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etext 2004. 8. 11. 11:40

 

 

          독산해경(讀山海經)   / 도연명


     
         초여름 초목은 나날이 자라고

         집 둘레 나무는 잎가지가 무성하다

         새 떼는 깃들 곳에 즐거워하고

         나 또한 내 집을 사랑하노라

         이미 밭 갈고 씨 뿌렸으니

         이제는 나의 책을 꺼내 읽는다

         내 사는 곳 거리에서 멀리에 있어

         친한 이도 수레를 돌리어 간다

         즐기어 혼자 봄 술을 마시며

         정원의 나물 뜯어 안주를 한다

         가는 비는 동쪽에서 나리어 오고

         비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도 좋다

         찬찬히 주왕전을 꺼내어 읽고

         두루 산해도를 읽어도 본다

         고개 끄덕이는 동안 우주를 다 보니

         이 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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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
etext 2004. 6. 10. 20:22


 
살아보니
地球는
몹시도 좁은 고장이더군요.
아무리
한 億萬年쯤
태양을 따라다녔기로서니
이렇게 呼吸이 가쁠 수야 있습니까?
- <발음>(신석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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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