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xt 2004. 9. 12. 12:07

 

울엄마 보고

이종택/시인


이웃집 순이

울엄마 보고

할매라고 불렀다.


잠이 안 온다.

낼 아침 먹고

따지러 가야겠다.


- 울엄마가 더 늙었나.

- 네 엄마가 더 늙었나.

(발행월 : 96년 12월)



호수

정지용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오리 모가지는

호수를 감는다


오리 모가지는

자꼬 간지러워(발행월 : 96년 04월)


송아지

권태응/아동문학가


껑충껑충 송아지

엄마 뒤 따라,

벼 실러 들 가는데

뛰어가고.


엄매 엄매 송아지

엄마가 쉬면,

선 채로 젖꼭지를

물고 빨고.(발행월 : 96년 09월)

 

호박잎

김종길/아동문학가


비가 오면 호박잎은

우산이 되지요

호박꽃이 젖을까 봐

우산이 되지요.


해가 쬐면 호박잎은

양산이 되지요

호박꽃이 더울까 봐

양산이 되지요.(발행월 : 96년 06월)



호박꽃

김은영/아동문학가

변소 갈 때마다

보는 꽃


우물 갈 때마다

보는 꽃


꿀벌 잡으려고

꽃잎 오므려 본 꽃


못생긴 얼굴

호박꽃이라고


그건 꽃을 볼 줄

모르는 사람


언제 보아도

엄마 얼굴처럼 푸근한


여름내

시들지 않는 꽃


눈 감고도

어디 피었는지 아는 꽃

(발행월 : 96년 07월)

 

병아리


윤동주/시인

ꡒ뾰, 뾰, 뾰

엄마 젖좀 주라ꡓ

병아리 소리.


ꡒ꺽, 꺽, 꺽,

오냐 좀 기다려ꡓ

엄마닭 소리.


좀 있다가

병아리들은

엄마 품속으로

다 들어갔지요.

발행월 : 96년 07월




달라질래요

성내운

우리 반 동무들은 모두 달라요.

얼굴도 다르고

키도 달라요.

모두가 똑같아지면 우스울 거야.


우리 반 동무들은 모두 달라요.

생각도 다르고

재주도 달라요.

모두가 똑같아지면 우스울 거야.


어머니는 아버지와 달라서 좋고

오빠는 언니와 달라서 좋아요.

서로가 똑같으면 우스울 거야.


나는 나는

동무들과 달라질래요.

오빠와 언니와도 달라질래요.

모두가 똑같으면 우스울 거야.


나는 나는

이 세상의 누구와도 달라질래요.

달라져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말 거야.

(발행월 : 96년 09월)

 

형제별

방정환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반짝반짝

정답게 지내이더니


웬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남은 별이 둘이서

눈물 흘린다.

발행월 : 96년 10월





홍 시


하청홍 / 시인

겨울날

외갓집에서

홍시를 먹는다.


화로 속에

묻어 둔

빨간 숯불처럼


할머니 가슴 속에

고이 묻어 둔

빨간 불씨.


어머니 마음보다

한겹 더 도타운

할머니 사랑.


이 겨울

빨간 불씨

홍시를 먹는다.

(발행월 : 96년 12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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