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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0.18 :: 어떤 축혼가
- 2004.07.29 :: 삶의 빛을 위한 기도
- 2004.05.02 :: 산에서 놀다 온다
어리석은 범부나 지혜로운 사 람이나 경계를 대하면 좋고 나쁜 생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범부들은 그 감정에 포로가 되 어 집착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감정을 갖더라도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리석은 사람은 두 번째 화살 을 맞는다고 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다고 한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
아함경의 아주 중요한 경구입니다. 금강경에서의 "응무소주 이생기심" 이라는 말과 같은 말이지요.
육근과 육경이 있는 이상 경계를 만나 면 당연히 감정이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그 감정에 집착하기 때문에 좋다거나 싫다거나 하고 분별하고, 그 분별로 인해 행복과 불행을 수 없이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경계를 만나더 라도 잘 관찰함으로써 그 감정에 집착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좋고 싫은 분별을 일으키지 않으며 나아가 행복이니 불행이 니 나누지 않는 것입니다.
좋던 싫던 감정이 생기는 것은 인연따 라 일어나는 자연스런 결과입니다. 그러나 그 감정을 잘 관찰하기만 하 면 다만 '관할 뿐'이지 좋고 싫은 분별이 일어나지는 않게 됩니 다. 온전히 관하고 있을 때 집착은 붙을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두 번째 화살을 맞을 수가 없지요.
경계를 만나 감정이 일어났다는 그 자체가 벌써 첫 번째 화살을 맞은 것입니다. 그렇듯 인연따라 자연스럽 게 일어나는 감정이야 육근 육경이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 감정에 또다른 분별과 집착을 덮씌워 제2, 제3의 분별 로 몰아감으로써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을 연신 맞게 된다는 말입니다.
금강경의 응무소주 이생기심, 즉 '머무 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말도 같은 말입니다. 경계 따라 응당히 마 음을 내되 거기에 머무르지 말라는 말은 집착하지 말고 분별하지 말라는 말이지요.
무심(無心)이 되라 하고, 분별 집착하 지 말라고 하니 그저 돌처럼, 산천초목처럼 말도 하지 말고
그냥 돌장승이 되라는 말은 아닌 것입니다. 입과 몸과 뜻으로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 하면서 한없이 마음을 내더라도 거기에 한 치도 머무는 마음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지나 온 자취를, 발자국을 짊어지고 가 지 말고 자유롭게 놓고 걸림없는 시원한 걸음을 걸으라는 말입니다.
첫 번째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아직 업식이 남아있는 중생이기 때문입니다. 업식이 남아 있으니 이렇게 육근을 가진 사람으로 윤회를 하였고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육근과 육경이 만나 첫 번째 화살을 맞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첫 번째 화살은 우리의 지난 업식이 인연을 만나고 경계를 만남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 정일 뿐입니다. 다시말해 그 경계와 감정은 내 안에 있 는 업식이 비로소 인연을 만나 튀어 나오는 것이란 말입니다. 그 말은 업이 현실이 된다는 말이니 내 안에 있는 업이 현실로 현현함으 로써 내 안의 업식을 비워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순간인 것이기도 합니다.
괴로운 일이 생길 때 악업의 업장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고, 그것은 내 안의 악업을 소멸할 수 있는 좋은 계기 가 된다는 말이지요. 지금까지 우리들은 괴로운 경계는 만나 기 싫어하고, 즐거운 경계만 만나고 싶어하면서 살았지만 사실은 수행자라면 그 럴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괴로운 경계를 만난다는 것은 내 안의 악업의 업식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니 그만큼 내 안의 악업이 줄 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얼마나 고맙고 중요한 순간이겠습 니까. 그러니 괴로운 경계를 만나더라도 거부 하려 하지 말고 크게 긍정하면서 다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냥 큰 방하 착의 마음으로 꿀꺽 삼켜 버려야지 자꾸 버리려고 하고, 괴로운 감정에 휘 둘려
두 번째 화살을 맞으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두 번째 화살을 맞는다는 말은 모처럼 업식을 닦을 중요한 기회를 만나고도(첫 번째 화살) 그것을 닦아내 어 뿌리 뽑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그 감정에 휘둘려 감정적인 말과 행동 생각(삼업)을 일으킴으로써 그로인해 또 다른 업식만 늘려나가는 꼴이 되 고 맙니다.
선업의 경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즐거운 경계를 만난다는 것은 내 안에 미리 지어 놓았던 선업의 과보를 받 는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즐거운 경계만을 좇을 필요도 없는 것입 니다. 자꾸 즐거운 경계만 좇는다는 것은 악업은 내 안에 가만히 두고 선업만 올라오도록 한다는 말이니 그만큼 내 안의 업식은 악업만 이 남게 되지 않겠어요?
그러나 선업이든 악업이든 사실은 그 양 극단의 업식을 모두 녹여내는 것이 모든 수행자들의 가야할 길인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겠어요? 괴로운 경계든, 즐거운 경계든 있는 그대로 크게 긍정함으로써 다 받아들이고 그 경계에 휘둘 려 일어나는 감정에 놀아나지 말고 잘 관함으로써 녹여낼 수 있어야 한 다는 말입니다.
괴로운 것을 보면 없애 버리려고 애쓰 고, 즐거운 것을 보면 더 끌어안으려고 애쓰는, 이 양 극단의 마음을 다 놓아버려 텅 빈 마음이 되는 것이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길입니다.
내 앞에 펼쳐지는 좋고 나쁜 그 어떤 경 계라도 다 내 마음 공부를 위해 나타나는 법계의 배려인 것입니 다. 내 안의 업장을 녹이라고 나오는 경계란 말이지요. 그러니 크 게 보았을 때 긍정 아닌 것이 없어요. 긍정 부정 나누어 긍정이라는 것이 아니라 양 극단을 뛰어넘는 대 긍정, 절대 긍정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다 받아들이고, 받아들이되 잡 지 말고(무집착) 분별없이 잘 관찰함으로써(관)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아야 하겠습니 다. 이 길이 수행자의 함이 없는 행이며, 무 심(無心)의 실천이고, 공(空)의 실천, 무집착의 실천인 것입니다. - 법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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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화목하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편이 좋다.
너무 훌륭하지 않은 편이 좋다.
너무 훌륭한 것은 너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편이 좋다.
두 사람 중 누군가가 듬직하지 못한 편이 좋다.
나태한 편이 좋다.
서로 비난할 일이 있어도
비난할 자격이 자신에게 있는지
나중에 반성하게 되는 편이 좋다.
옳은 소리를 할 때는
조금 돌려서 말하는 편이 좋다.
옳은 소리를 할 때는
상대를 상처 입히기 쉽다는 것을
깨닫는 편이 좋다.
무리로 긴장될 때는
다른 곳을 보지 않고
느긋하게 햇볕을 쬐는 편이 좋다.
건강한 몸으로 이렇게 바람을 맞으며
살아있다는 그리움에 문득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런 날이 있어도 좋다.
그리고 왜 가슴이 뜨거워지는지
말이 없어도 두 사람은
알 수 있기를 바란다.
--Masane Kamoi의 만화 <스위트 딜리버리> 중( 제7권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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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제 삶은 일상의 잿빛으로 가득합니다.
제 삶이 당신과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것을 이룰 수 있도록
제 마음 속에 삶의 여러 빛깔을 갖게 하소서
주여, 제 영혼의 어둠을 위해 빛의 노란색을 주소서.
주여, 제 가슴 속에 깔린 모든 차가운 냉기를 위해 따뜻한 주황색을 주소서
주여, 체념과 절망을 이길 수 있는 희망의 초록색을 주소서
주여, 사랑의 빨간색을 주시어 다시 나눌 수 있게 하소서
주여, 삶의 결단을 내리며 살도록 믿음의 파란색을 주소서
주여, 돌아가 새로 시작할 길을 찾도록 속죄의 보라색을 주소서
주여, 이별에 동의할 수 있도록 죽음의 검은색을 주소서
주여, 당신을 위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새로움을 뜻하는 흰색을 주소서
주여, 인내와 끈기를 위해 흙의 갈색을 주소서
주여, 귀한 당신을 경배할 수 있도록 귀한 황금빛을 주소서
주여, 이 모든 빛을 조금씩 다 주소서.
삶이 다채로우면 살아내기가 더 쉬우니까요.
주여, 당신이 거기 계신 것을 알 수 있도록
이따금은 무지개를 보여주소서. 아멘.
- 우르줄라 비트너(trans.by Orb)
인생/ 김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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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스님이 하루는 산에 놀러 갔다가 돌아와서 문 앞에 이르니 수좌가 물었다.
"화상께서는 어디를 다녀오십니까?"
장사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산에서 놀다 온다"
수좌가 묻되 "어디까지 갔다 오십니까?"
스님이 말하되, "처음에는 고운 풀을 따라갔다가 지는 꽃을 따라 돌아왔느니라"
수좌가 말하되, "아주 봄이 한창입니다"
스님이 말하되, "가을 이슬이 연꽃에 떨어지는 것보다 나으리라"
설두 스님이 송하기를
온 대지에 티끌 한 점 없으니
어느 누가 눈을 뜨지 않으랴.
처음엔 향기로운 풀꽃을 따라갔다가
다시 지는 꽃잎을 쫓아서 돌아왔네.
여윈 학은 찬 고목에서 발돋움하고
미친 원숭이는 옛 누대에서 울부짖네.
장사 스님의 무한한 뜻이여!
-<사람> 서옹 큰스님 지음, 1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