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xt 2004. 9. 12. 11:56
[저학년/이야기] 발행월 : 96년 06월

두더지가 된 며느리


임덕연/경기 안양 호계초등학교 교사


옛날 아주 옛날 어떤 마을에 아들과 며느리가 눈먼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어요. 집은 가난했지만 아들은 정성을 다해 어머니를 모셨지요. 하지만 며느리는 좀 못됐어요.

어느날 아들이 집을 떠나 먼 곳에 가게 되었어요. 눈먼 어머니가 걱정되었으나 어쩔 수 없었지요. 아들은 자기 아내에게 잘 부탁하고 길을 떠났어요.

ꡒ매일 고기 반찬 해드리고 어머님 마음을 편하게 해드려요. 부탁이오.ꡓ

아들은 아내의 마음씨가 좋지 않은 것을 알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었지요.      며느리는 남편이 떠나자 날마다 시어머니에게 고기반찬을 해드리는 게 몹시 아까웠어요. 그래서 고기반찬은 모두 자기가 먹고 시어머니에게는 아 글쎄! 지렁이를 잡아다 드렸지 뭡니까?

그런데  못 보는 시어머니는 지렁이 고기를 날마다 맛있게 잡수셨어요. 그리고 끼니 때마다 고기 반찬을 만들어 주는 며느리를 늘 고마워했어요.

ꡒ얘, 아가. 네가 무슨 돈으로 날마다 고기를 사오느냐? 이제 고기가 없어도 되니 그만 사오너라.ꡓ

그런데 며느리는 시어머니 앞에서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어요

ꡒ어머니, 걱정 마시고 맛있게 잡수세요. 제가 날마다 남의 집 일해 주고 번 돈으로 사오는 거예요.ꡓ

그러고는 계속 고기는 자기가 다 먹고 어머니에게는 늘 지렁이 고기를 해 드렸어요. 시어머니는 고기 반찬을 먹다 아들 생각이 났어요.

ꡒ먼 객지에서 고생이 많을 거야. 제대로 먹기나 할는지…….ꡓ

어머니는 아들 생각이 나 지렁이 고기를 조금씩 치마폭에 감췄어요.

몇 년 만에 아들이 돌아왔어요.

ꡒ어머니 절 받으세요. 이제야 일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ꡓ

아들은 어머니 얼굴을 보고 기뻤어요.

ꡒ어머니, 얼굴이 좋아졌네요. 살이 많이 쪘어요. 여보, 난 걱정을 했는데 어머니를 이렇게 잘 모셔 주어 정말 고맙소.ꡓ

아내는 남편의 칭찬에 어쩔 줄 몰라했어요. 이때 어머니는 아들에게 주려고 감춰 두었던 고기를 꺼냈어요.

ꡒ얘야, 객지에서 고생 많았지? 이것 좀 먹어 봐. 난 며늘 아기가 잘 해줘서 날마다 고기 반찬을 해 먹었단다. 어서 먹어 보아라.ꡓ

어머니가 내미는 지렁이 고기를 보고 아들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어요.

ꡒ이럴 수가!  앞 못 보는 어머니라고 이걸 반찬으로 드리다니. 아이고 하느님!ꡓ

아들은 머리를 움켜 쥐고 막 울었어요.

ꡒ얘야, 왜 그러느냐. 무지무지 맛있는 반찬인데. 어서 먹어보아라. 어서!ꡓ

앞못 보는 어머니는 계속 지렁이 고기를 아들 앞에 내밀었어요. 며느리는 쥐구멍을 찾았지요.

이때 마른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쳤습니다. 우르르 꽝 꽝! 벼락은 며느리에게 떨어졌습니다. 며느리는 벼락을 맞고 그만 두더지가 되고 말았어요.

그래서 지금도 두더지는 땅속에서 지렁이만 먹으며 살게 된 것이랍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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