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xt 2004. 9. 12. 11:53
[저학년/이야기] 발행월 : 96년 07월

씨없는 수박도 있는 거 아니?


김제곤/인천 삼상초등학교 교사


너희들은 씨없는 수박을 먹어본 적이 있니? 아다시피 수박은 여름철 더위를 이기는 데 아주 좋은 과일이지. 그런데 씨가 들어 있어 이것을 뱉아내려면 더러 귀찮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을 해결한 분이 계시단다. 바로 우장춘이란 분이야. 이 분은 오랜 연구 끝에 씨없는 수박을 만들어 귀찮은 문제를 해결해 주셨지.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먹거리 식물들은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그 모습이며 맛이 새로 바뀐 것이란다. 우리가 밥상 위에서 무심코 먹는 식물들은 원래 사람이 먹기에 아주 곤란한 것들이었지. 그런 것들이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맛도 좋고 영양분도 많은 훌륭한 먹거리로 변한 것이란다.

너희들은 배나무를 잘 알고 있겠지? 배나무에는 본디 사나운 가시가 잔뜩 달려 있었단다. 배나무라기보다 차라리 가시나무라는 편이 나을 정도로 말이야. 그 배나무에는 지금 배와는 비교도 안 될 조그만 열매가 열렸지. 그 열매는 생긴 것만큼이나 떫고 딱딱해서 씹으면 모래를 씹는 기분이 들 정도였단다.

그런데 산에서 제멋대로 자라던 이런 나무를 데려다 맛있는 과일 나무로 키운 것은 누구였겠니? 맞아, 바로 사람들이야.

감자도 마찬가지다. 감자는 그 옛날 남아메리카 산중에서 자라던 보잘 것 없는 식물이었거든. 개암열매만한 식물이었어. 더구나 그 속에는 나쁜 독이 들어 있어 먹을래야 먹을 수가 없었단다. 그런 감자를 밭에 심어 거름을 주고, 손질하고, 물을 주며 키운 것이 오늘날의 감자가 되었다는구나..

배추도 그래. 배추의 조상은 원래 바다와 붙은 바람이 센 벼랑에서 자라던 놈이거든. 줄기만 기다랗고, 잎은 제멋대로 뻗어 짙은 녹색을 띠고 있었는데 매운 내가 풀풀 풍겨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는구나. 그걸 사람이 정성스럽게 길러 가꾼 것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거야.

아주 오랜 옛날 포도의 열매는 작은 콩알만 했고, 당근의 뿌리도 아주 가늘었단다. 밀과 보리, 벼, 호박, 무 등도 지금의 모습과는 아주 달랐지. 그걸 사람들이 데려다가 심고 끈기있게 가꾼 거야. 제멋대로 자라던 식물이 사람이 먹을 만하게 바뀐 데 걸린 시간은 보통 수십년에서 수백년이나 된단다.

그 기나긴 시간동안 사람들이 들인 땀과 노력을 생각해보렴.

된장국 속의 호박조각 한 개, 사과 한 알도 함부로 그냥 먹을 수는 없지 않겠니?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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