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xt 2004. 9. 12. 11:52
[저학년/이야기] 발행월 : 96년 12월

토끼 나라에 간 늑대


김제곤 / 인천 삼산초등학교 교사


어느 깊은 산골에 토끼들만 사는 작은 나라가 있었어요.

이 나라의 토끼들은 아주 가난하긴 했지만 서로 싸울 줄도 모르고 오손도손 살고 있었지요. 어느 날, 늑대 한 마리가 이 토끼 나라에 찾아왔어요. 토끼들은 늑대를 보고 무서워했어요.

그런데 늑대가 한다는 말이,

ꡒ토끼 여러분! 무서워하지 마세요. 나는 여러분을 해치러온 늑대가 아니에요. 그저 이곳저곳을 구경 다니는 늑대랍니다. 한 달만 묵고 갈테니 꼭좀 허락해 주세요.ꡓ

사정을 하는 늑대를 보고 토끼들은 허락을 하고 말았답니다. 늑대는 정말 토끼 나라 이곳저곳을 구경 다녔어요. 토끼들은 늑대에게 맛있는 것도 대접하고, 깨끗한 잠자리도 깔아 주었답니다.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늑대가 떠날 때가 되었는데, 늑대는 그만 떠날 생각을 않는 것이었어요. 토끼들은 늑대가 보지 않는데서 흉을 보기 시작했답니다.

ꡐ거짓말쟁이 늑대 같으니라고. 한 달이 지났는데도 떠날 생각을 않다니…….ꡑ

그렇게 흉을 보고 있던 어느 날입니다.

산을 넘고넘어 아주 먼 곳에 사는 여우들이 토끼들을 잡으러 토끼 나라에 나타났어요. 토끼들은 여우에게 쫓겨 도망을 가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그때였어요.

ꡒ이놈, 이 여우놈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얼쩡거리느냐? 썩 물러 가지 못할까?ꡓ

늑대가 소리를 쳤어요. 늑대를 본 여우들은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 버렸답니다. 토끼들은 늑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또 했습니다. 늑대에게 몇 달간만 더 있어 달라는 부탁까지 하면서 말이지요.

그렇게 해서 또 한 달이 흘렀습니다.

한 달 동안 늑대는 토끼들에게 아주 믿음직스럽게 굴었어요. 궂은 일이 있으면 나서서 돕고, 어려운 일도 잘 해결해 주었지요. 이러다 보니 늑대에게 아기를 맡기고 들에 나가거나 장을 보고 오는 토끼도 생기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어미 토끼 하나가 장에 갔다와 보니 아기는 없고, 늑대 혼자서 집을 보고 있었어요.

ꡒ늑대 어른, 우리 아가는 어디 가고 혼자 집을 보시나요?ꡓ

ꡒ글쎄요. 좀전까지만 해도 안마당에서 놀고 있었는데 어딜 갔을까?ꡓ

엄마토끼는 가볼 만한 데를 다 찾아봤지만 아기토끼는 간 데가 없었어요. 그 뒤로 토끼 나라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하루에 한 마리씩 토끼들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에요. 가까운 뒷동산으로 혼자 나무를 갔던 토끼가, 마을 앞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던 토끼가 사라져서는 돌아 오지 않는 것이었어요.

알고 보니 바로 능청스런 늑대 짓이었답니다.

어른토끼들은 어떻게 하면 늑대를 물리칠까 궁리를 했어요. 드디어 꾀를 짜냈지요. 어른토끼들이 모두 먼 산너머로 도토리 열매를 주우러 간다고 하고서는 숲속에 숨어, 늑대가 아기토끼들을 어떻게 하나 지켜 볼 작정이었답니다.

늑대는 그것도 모르고, 아기토끼들을 쫓아다니다가 한 마리를 냉큼 입에 물었어요.

그때였습니다. 토끼들은 모두 ꡐ와ꡑ하고 늑대에게 덤벼들어 늑대 눈을 못쓰게 만들었답니다. 늑대는 토끼들을 잡으려고 안 보이는 걸음으로 막 쫓아다니다가 그만 깊은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답니다.

토끼들은 그 뒤부터 누구에게도 속지 않고, 스스로 나라를 지켜 나갔지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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