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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2.05 :: 안나푸르나의 능선이 보이는 작은 방 5
etext
2006. 2. 5. 22:38
안나푸르나의 능선이 보이는 작은 방/ 박정대
이곳은 대낮에도 어둡다
램프의 심지에 불을 붙이면 겨우 돋아나는 지구, 지구에 불이 켜지면 나는 나의 고독과 함께 생의 탁자에 돌아와 앉는다
누군가와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가스레인지의 불꽃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뜨겁게 물이라도 끓이고 싶은 것이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지구는 몹시도 춥고 어둡다
그대가 없는 지구는 대낮인데도 흑야다. 그래서 검은 대낮의 밤을 나는 그대 생각의 불꽃만으로 견딘다
(그 불꽃의 힘만으로 내가 살아갈 수 있기를
그 불꽃의 힘만으로 내가 살아갈 수 없기를)
그래서 어두운 창밖에는
하루 종일 함박눈이라도 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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