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가 운영하는 전국 5개 대학의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에는 1만여 명의 청년여성이 몰리고 있다.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한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는 지난 한 해 5만여 명이 직업훈련을 받았다. 여성 취업난을 방증하는 숫자다. 오프라인의 벽을 체감한 여성들의 창업은 이제 온라인으로 몰리고 있으며, 여성부는 해마다 100억 원의 기금을 편성해 이들의 창업을 돕고 있다.
경기도 일산 신도시에 사는 주부 강영숙(32) 씨는 얼마 전까지 소위 잘 나가는 의류회사의 직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월, 둘째아이를 출산하면서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육아 문제가 가장 큰 이유였다. 첫째아이는 시골의 시부모님에게 맡기고 버텼지만 둘째를 낳고 보니 더는 노부모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것도 못할 일이었다. 남편과 상의 끝에 결국 전업주부로 돌아선 그는 한동안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 했다.
 | |  | |  | |  | |  | | 동대문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중소기업여성취업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급식조리사' 교육과정에 참여한 지역 주부들. |
“직장을 그만두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경제적 문제도 그렇고, 무엇보다 제 자신이 사회로부터 완전히 소외됐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하루 종일 아이들한테 시달리다 보니 남편과 말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제 일을 하고 싶어요.”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여성취업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취업의 장애요인 중 육아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대 초반 이후 감소하다 30대 후반에 다시 증가하는 것도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연령대별 생활 사이클과 관련이 깊다. 지난해 여성취업자의 연령별 구성비에서 40대가 26.3%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경기 불황과 가계부채의 급증으로 주부들의 창업·취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실정이다. 부채 탕감과 자녀 교육비 마련을 위해 주부들이 취업전선에 너도나도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청년실업, 취업대란의 와중에 집안에서 살림만 하던 전업주부의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여성창업도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전문성이 부족하고 시장조사가 선행되지 않은 창업은 실패를 부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부들이 취업이나 창업에 성공을 했다 하더라도 보육 문제와 가사노동은 천형(天刑)처럼 여성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6.6%(8월 말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평균 78.4%)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청년실업 중에서 대졸여성의 실업률(5.8%)도 대졸남성(3.5%)에 비해 훨씬 심하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11만 명의 여성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만여 명이 실업 상태에 있다는 통계도 있다.
5개지역에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여성부는 여성취업 활성화를 위해 취업을 앞둔 여대생과 고학력 미취업자들을 위해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와 ‘맞춤형 여성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는 현재 한양대·아주대·충남대·신라대·전북대 등 5개 대학에 지역별로 설치되어 있다. 이 개발센터의 프로그램에 연간 1만여 명의 여대생이 참가하고 있다.
여성부는 이밖에 전국의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직업교육훈련기관을 활용해 일자리를 찾는 전업주부를 위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예비창업 여성에게는 아이템 상담과 함께 창업 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 |  | |  | |  | |  | | 여성부 기술창업자금을 받아 인터넷 전통 혼례음식 전문업체 '윤진영혼례음식'을 창업한 윤진영 씨. | 전국에 57개나 되는 지역 여성인력개발센터는 회계·정보통신(IT)·웹디자인·패션·조리 등 134가지의 직업훈련 과정을 거느리고 있다. 이곳의 교육 과정은 수강료가 10만 원 미만으로 사설 학원에 비해 훨씬 저렴해 주부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이곳을 통해 취업훈련을 받은 여성이 5만 명을 넘었고, 그 가운데 취업자는 1만7000여 명(40%)에 달했다. 창업자도 1890명을 기록했다.
서초여성인력개발센터의 경우는 지난해 수료자 가운데 34%가 취업에 성공했다. 특히 직업훈련 과정 가운데 전산세무회계 과정은 4회를 거치는 동안 매회 25명 정원의 피교육생 가운데 각각 64%, 45%, 58%, 50%라는 높은 취업률을 보이기도 했다. 그밖에 웹전문가 과정은 43%, 쇼핑몰 운영 관리는 57%의 취업률을 나타냈다.
여성부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교육훈련 지원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창업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3년부터 연 100억 원의 여성발전기금을 마련해 기술이나 기능을 가진 여성에게 창업 자금을 저리로 지원해 주고 있다.
전통혼례음식 주문 업체인 윤진영혼례음식(www.yoon food.com)을 운영하는 윤진영(33·서울 청담동) 씨는 기술창업지원자금의 수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여성부의 ‘인터넷 쇼핑몰 구축’ 무료 교육 과정을 이수한 뒤 인터넷 쇼핑몰 창업을 결심한 그는 여성 기술창업자금으로 지난해 8월 말 꿈에 그리던 자신의 온라인 객장을 마련했다. 결혼 시즌을 맞아 최근에는 주문량이 주당 10∼15건씩이나 폭주할 정도로 사업은 잘 된다.
윤씨의 경우처럼 최근 들어 여성들 가운데는 자신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한 온라인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지난 9월, 총 4만8000여 개의 중소 쇼핑몰 가운데 여성 창업자 비율이 절반을 넘어 58%를 차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온라인 여성창업 열풍에 대해 “여성부와 정통부 차원의 여성인력 양성을 위한 창업 지원과 지역별 여성인력개발센터 등 전문교육센터의 인터넷 창업 교육 확산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코리아 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