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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eyes/issue 2007. 4. 9. 20:29

서울대 총학선거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패밀리 레스토랑 20% 할인” “시험족보 DB제작”… 유치한 공약 남발

민병기기자 mingming@

▲ 공약 ‘덕지덕지’9일 오전 총학생회장 재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대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이제, 서울대 학생증으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할인받자”는 등의 내용이 담긴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김낙중기자

“녹두거리에 있는 H호프집 술값 10% 할인을 추진하겠습니다.” “패밀리레스토랑 음식 가격을 20% 할인받도록 하겠습니다.”
서울대 총학생회 재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들이다.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학교 앞 호프집과 음식점 가격 할인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후보들이 ‘생활형 공약’을 강조한다는 이유로 사회 이슈와 학내 문제를 외면한 채 지엽적인 문제에 치중하면서 학생들의 외면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어이없는 공약과 싸늘한 반응 = 일부 후보들이 학교 앞 술집과 식당의 가격 할인 경쟁을 벌이자, 또다른 후보는 학교앞 극장매점 2000원 할인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인문계열 2학년 조모(21)씨는 이에 대해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나 볼 법한 공약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끌려고 한다”며 “이런 공약 대결을 벌이면 누가 투표에 참여하겠느냐”고 말했다.
국사학과 4학년 박희동(27)씨는 “그저 학생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공약으로 생각된다”며 “학교 앞 술값 내리기에 앞서 학교식당의 가격 인하에나 신경쓰라”며 비판했다. 사회대 1학년 김모(여·20)씨는 “대학에 들어와 처음 참여하는 선거라 기대가 컸는데 너무 가벼운 공약들이 많아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또다른 후보측은 시험 기간 학생들 사이에서 음성적으로 만들어지는 ‘족보(기출문제 정리집)’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후보측 “어차피 구할 사람은 다 구하는 족보를 모든 학생이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연대 3학년 이모(23)씨는 “강의내용이나 평가방법의 개선에 대해 논의해야 할 학생회가 학생들의 점수받는 비결이나 일러주는 일에 치중해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학생들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학생회의 본분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후보는 정책에 대한 내용은 아무것도 없고, 후보의 약력과 사진만 담은 정책자료집을 냈다가 학생들의 비판을 샀다.
◆ 후보 자질론도 부상 = 이번에 출마한 후보의 절반 가량은 이번 학기 학생회비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서울대 대학신문 최신호에 따르면, 추가등록마감일인 지난달 26일까지 7개 선거운동본부 14명의 후보 중 7명이 올해 1학기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후보들은 “부모님이 등록금을 내는 과정에서 실수로 빠트렸다”고 해명했지만 학생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자연대 이모씨는 대자보를 통해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후보들에게 “지난해 평택 미군기지 이전반대 투쟁 중 다친 학생들을 위한 치료비를 받아 학생회비로 쓰고도 정작 자신들은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것에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공개 요구했다. 서양사학과 4학년 오욱진(23)씨는 “마치 세금도 안 낸 사람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과 같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에도 4월 재선거를 통해 가까스로 총학생회장을 뽑았던 서울대가 올해는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 50%를 넘지 못하면 총학생회없이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 체제로 운영되게 된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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