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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지 않고 성장한 어른이 이 시대에 얼마나 될 것인가.” 이 질문은 전 세계 어린이들의 동심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안데르센의 영향력을 반증하는 물음이 될 것이다. <미운 오리새끼>, <벌거숭이 임금님>,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책’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사색이 되는 ‘독서 기피층’ 환자나 아예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그가 문명과 연루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위에 열거한 안데르센의 대표작 한두 개의 제목과 내용쯤은 기억하고 있게 마련인 것이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성경, 셰익스피어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컨텐츠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화가와 작가,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의 작품들이 끊임없이 재 탄생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역시 그가 세계인들에게 건네준 상상의 선물이다. 흔히 고인이 된 작가에 대한 헌사로 “그는 갔지만 그의 작품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런데 이 진부한 표현이 안데르센의 이름 앞에서는 여전히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정말이지 그는 “여전히 그가 빚어낸 동화 나라에 살고 있다.”
| |  | | 상상력, 원화에서 현재까지 피부색과 남녀의 성 차이, 그리고 나이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이상하게도 현대인들이 떠올리는 ‘인어공주’의 이미지는 국적을 막론한다. 치렁치렁한 짙은 갈색 머리와 긴 속눈썹이 부각되는 큰 눈, 발랄한 표정의 앳된 얼굴과 늘씬한 녹색 하반신. 거기에 보랏빛 비키니 차림까지…. 왜 ‘인어공주’ 하면 거의 예외 없이 이런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이유는 인어공주의 표준을 전 세계적으로 유포시킨 월트디즈니의 89년 작 애니메이션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 과연 안데르센 생전의 ‘인어공주’의 모습도 디즈니의 ‘인어공주’와 비슷했을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 가슴은 가림 없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표정도 그녀의 운명처럼 애절하기 그지없다. 이처럼 안데르센 생전의 원화와 이후 재 탄생 된 작품 의 삽화들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똑같은 작품이라도 시야를 넓히는 순간, 안데르센의 동화의 삽화 속에는 천차만별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인어공주’와 ‘벌거숭이임금님’, ‘엄지공주’가 존재하는 것이다. | | | | 1883년 28세의 나이에 첫 동화집을 낸 이후 1870년 경까지 일생 동안 꾸준히 동화를 창작해 낸 안데르센은 작품 활동 당시 화가 2명을 직접 선정해 그림을 의뢰했다. 빌헬름 페델센(1820∼1859)과 로렌츠 프롤리히(1820∼1908)가 그들인데, 안데르센의 주인공들을 처음으로 육화한 그들의 그림은 이후 끊임없이 창조된 동화 속 삽화의 방대한 상상력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나라마다 각양각색인 안데르센 동화의 삽화들은 어린이들이 동화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큰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한국 작가 홍성찬의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선시대를 연상시키는 상상력으로 그 느낌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 | | | 아름답고 슬픈 세상을 일깨우다 안데르센은 ‘어린이의 벗’으로 불리곤 하지만, 사실 그가 만들어낸 작품들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아름답고 슬픈 세상을 깨우쳐주는 귀중한 열쇠이다. 흔히 안데르센 동화의 특색은 그의 서정적인 정서와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 그리고 따스한 휴머니즘으로 대변된다. 그런데 그의 작품 속에는 잔혹한 현실과 냉엄한 기독교의 도덕성 등이 아름다운 문장 속에 서늘하게 녹아 있기도 하다. 특히 안데르센의 주인공들은 대개 육체적 고통과 희생을 겪는 가련한 여성들이다. 그들은 끝내 비극적 결말을 맞으며 그를 통해 세상을 초월하곤 한다. | |  | | 이처럼 안데르센의 동화에 배어나는 애틋함과 묘한 슬픔은, 안데르센 동화만이 가지고 있는 강한 매력이기도 하다. 그가 일깨워주는 아름답고 슬픈 세상의 이야기들은 어린 시절 상상의 세계를 펼치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순수한’ 기본 정서를 자극하는 깊이와 울림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안데르센 동화 속 삽화들에 그의 작품 세계와 분위기가 그대로 표현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수채화와, 섬세한 선이 매력적인 드로잉이 대부분인 동화에는 안데르센이 만들어낸 클래식한 아름다움과 묘한 슬픔이 공존하고 있다. 다가오는 2005년 4월 2일은 전 세계인에게 환상과 상상력을 일깨워준 동화의 왕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이 탄생한 지 어느덧 2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하여 수많은 동화작품을 남긴 안데르센의 업적을 21세기의 문화사적 흐름에 맞게 다시 해석하고 평가하는 문화 사업들이 지금 세계 각국에서 한창 진행되기도 한다. <안데르센 동화와 원화전> 역시 안데르센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안데르센의 육필 원고와 유품 등 의미 있는 전시품을 비롯해, <국제 안데르센상> 수상작을 포함한 국내외 작품 234점이 전시되어, 말초적인 시각 자극에만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아름다움과 순수성을 환기시켜주는 뜻깊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 기간: 3.14~4.6(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 4.12~5.30(광주 시립미술관), 6.4~8.29(남이섬 안데르센홀), 9.5~10.30(서울랜드 기획전시실) 문의: 599-1856 도움을 주신 ‘안데르센 동화와 원화전’ 홍보실에 감사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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