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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xt 2006. 2. 26. 23:51

그 시절 다 갔어도/이승희
 
 
 
그래, 나 못생긴 돌멩이 맞아, 맞다고, 납작보리 같은 흉터도 선명하지. 꽃병 둥글게 날아가던 시절, 그 불길 속을 날았지. 그래 난 아직도 날고 있는 중이야, 어쩔 건데. 아직 아무것도 맞히지 못했을 뿐이야, 온전히 내 무게를 공중에 버리고 나면 떨어지지도 못하고 사라지겠지만.

 

그렇게 중심을 잃는 일 두려워, 무서워 속도를 늦출 수 없네. 비껴가고 싶지는 않지만 부딪혀 깨져가거나 제 무게만으로 추락하는 일은 무서워, 그래도 비명 같던 무늬 둥글게 타오르고, 상처도 닳고 닳으면 둥글어지겠지만, 둥글게 날아가 박히는 것이 더 깊고 오랜 상처로 남는다는 것을 당신도 알아야 할 거야.

 

-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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