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eyes/issue

세계화 선언 이후 한국시민사회의 오늘과 내일/ 정태석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9. 20. 11:42

<특집> 세계화 선언 이후 한국시민사회의 오늘과 내일-연대와 재분배의 선순환으로 가자

- 정태석 (전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 /출처: 노동사회 2005년 1월, 통권 95호


[우리 사회가 전적으로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불안과 고통이 새로운 변화의 에너지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 농민, 서민들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쟁 속에서 생존권에 위협을 받게 되면서 반세계화, 반신자유주의를 위한 연대와 투쟁에 나서고 있다.]


1994년 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소위 '세계화 선언'을 하였다. 이전부터 얘기되던 국제화와 국가경쟁력 강화 담론이 국제회의 참석 이후 더욱 확장되어 세계화 선언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 선언은 국제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한국이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한국경제가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의 표현이었다. 말하자면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기대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세계화가 가져다줄 무서운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짧은 생각이었다. 선진국의 다국적 자본들과 금융자본들의 시장통합과 시장효율성 논리가 국내 산업구조와 분배구조에 그리고 나아가 시민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세계화가 마치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줄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단순한 고민과 피폐해진 현실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삶의 질을 보장해줄 복지기반이 허약했던 한국사회에서, 김영삼 정권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경제발전 방향인양 여겨 금융시장 개방과 농업시장 개방을 수용했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수용한 노동법 개정 등을 추진했다. 이러한 세계화 전략은 결국 외환위기와 IMF 구제금융으로 이어져 김대중 정권에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수용하도록 만들었다. 이로 인해 대량 실업,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의 확대, 소득 감소 등으로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삶은 점차 불안해지고 피폐해졌다.


경제적 세계화가 신자유주의적 세계시장 통합을 통해 자본의 성장과 이윤 논리를 확산시켜 나감에 따라 세계 민중들의 삶은 불안정해지고 있고 지구환경파괴로 인한 고통도 심화되고 있다. 선진 복지국가의 민중들은 그나마 국가복지의 혜택으로 삶의 질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지 않고 있지만, 복지제도 기반이 허약한 개발도상국, 후진국 민중들은 시장개방의 영향을 가장 크게 실감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산업분야의 자본들이 시장개방의 혜택을 누리는 동안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노동자, 농민들은 임금이 줄어들고,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감소하여 빚더미에 올라서고 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쟁 논리는 시장의 합리성과 개인적 노력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으며, 이러한 빈곤은 환경파괴를 낳는 개발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둔갑하고 있다. 국가와 일부 자본은 자신들이 국가 전체 이익의 대변자인양 선전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의 이득을 과장하고 시장개방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개방은 외국 자본 및 상품과의 가격경쟁과 이윤경쟁을 심화시켜, 자본과 기술에서 경쟁력을 지닌 기업들에게는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는 반면에, 중소기업들에게는 가격경쟁력 약화에 따른 생산 포기를, 노동자들에게는 저임금, 노동강도 강화, 불안정 노동의 확산을, 농민들에게는 값싼 농산물의 수입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와 소득 감소를 가져다주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