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과 일진회 문제를 올바로 풀기 위한 제언
서울시 안** 교육위원의 메일이랍니다. 요즘 사태가 안타까워 몇몇 사람에게 보낸 것인데 함께 읽어보았으면 합니다. 파에쑤: 프레시안에 게재되었군요...;;
학교폭력과 일진회 문제를 올바로 풀기 위한 제언
안** / 서울시 교육위원
희망차게 새 학년을 시작해야 할 시점에 학교폭력이니 일진회니 하는 매우 어둠침침하고 공포분위기를 조장하는 화두들이 학교와 교육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학교 교문 위에는 학교폭력 자진 신고기간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결려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이라는 것이 만연해 있다 해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가 다를 것이고, 서울의 학교와 지방의 학교가 다를 것임에도 모든 학교에 똑같은 문구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학교와 학생들의 새 학년도 희망차야 할 분위기를 망치고 있습니다.
3월은 이른바 일진회라 불리는 학생들까지도 포함하여, 모든 학생들이 어떻게든지 새롭게 성장해보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고 새 학년의 희망을 머리 속에 그리고 새로운 생활을 설계하려 하는 시기인데, 새로운 변신과 성장을 이야기해야 할 희망의 잔치를 그렇게 뭉개버려도 되는 것입니까?
3월초부터 지금까지 매스컴이나 정부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모든 학교는 폭력을 방조하고 있고, 폭력학생들이 지배하는 소굴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앞장서서 학교폭력을 언급하고, 교육부장관은 학교폭력 피해신고 교사 포상제를 도입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문제를 대서특필하도록 단초를 제공했던 경찰청은 자진신고기간을 운영한다, 스쿨폴리스제를 도입한다며 불특정한 학생들을 협박해대고 있습니다. 급기야 법무부는 폭력 학생들에 대한 병영체험을 시키겠다거나 폭력학생들의 야간통행을 금지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대책이랍시고 내놓고 있습니다.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른바 대한민국 학생들은 모두 잠재적인 폭력배이거나 모든 학교는 폭력을 방조하고 조장하는 기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학교폭력이나 일진회라는 불특정한 현상을 희생양으로 삼아 어떤 정치적 의도를 관철시키려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그러나, 학교폭력 대책이라고 내놓고 있는 이러한 관료주의적이고 군사문화적인 대응으로는 절대로 학생들의 폭력을 근절시킬 수 없습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폭력과 일탈을 조장하거나 미화하고 유혹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소수의 폭력적인 학생들을 잠재우거나 배제시킨다고 하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허망한 일입니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학교폭력이나 이른바 일진회 등은 없던 일이 올해 들어서 갑자기 돌출해 횡행하고 있는 문제이거나 학교나 교사들이 양산해내고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학교폭력 문제나 이른바 일진회 문제는 학교를 포함한 우리 사회 구조가 만들어내는 문제일 뿐입니다.
끝 가는데 모를 만큼 치열하게 상존하는 입시와 사교육 경쟁, 단편적인 지식을 많이 기억하여 시험 점수를 많이 받는 사람만이 인정받는 학교, 극소수의 성공한 사람들만 인정받고 남은 모두는 패배자가 되도록 만들고 마는 경쟁력 만능주의의 사회구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비롯한 빈부의 극심한 양극화, 아무런 대책 없이 남발되는 대학졸업장과 대졸 실업자의 증가, 거름 장치가 없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폭력과 성폭행 등의 선정적인 뉴스들…….
그 모든 것들이 학교 폭력이나 일진회 문제의 근본 원인입니다.
무엇보다도 큰 원인은, 가장 가파른 성장기인 사춘기에 건전한 또래집단 문화를 경험하거나 자기들 스스로의 의견이나 요구를 표현하거나, 다양한 체험이나 봉사활동을 하는 등 자기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게 하는 학교와 사회구조 입니다.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불합리한 규칙과 행동 규범과 입시경쟁 체제에 끼여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있지 못한 상태.... 그것이 보다 근본적인 폭력의 원인이라고 함이 옳을 것입니다.
가족이 해체되는 등 가정의 불화가 깊을수록, 창조적인 개성이 강할수록, 병든 사회 현실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할수록 자기 삶으로부터의 소외는 깊어지고, 일탈과 저항과 폭력에의 유혹을 쉽게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폭력이든 일진회든, 잘못 피어난 꽃봉오리를 꺾어버리겠다고 나서는 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 땅의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입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만들어낸 결론이나 대안을 어른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나 재기발랄한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문화적인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관심이나 주장은 존중되어야 하며 어른들의 잣대나 가치관으로 학생들의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억압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민주적인 자치활동이 보장되어야 하며, 건강한 또래문화로서의 동아리 활동과 학교내의 문화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이제, 학생들은 어른들에 의해 특별히 보호되어야 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자기 생활의 주체, 삶과 공부와 행동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의 현실과 미래를 객관화하여 볼 수 있게 되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학생들에게는 자기 삶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게 볼 때, 학교 폭력을 없애고 이른바 일진회라고 불리는 학생들이 없어지게 할 근본 대책은 학교 자체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주적인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입니다. 나아가, 학교의 수업은 물론 학급회나 학생회활동 클럽활동 등 모든 교육과정과 학교내에서의 활동들은 민주주의를 배우고 실천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학교안에 존재하는 봉건적이고 비민주적인 시스템이나 관행을 민주적인 그것으로 바꾸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학교 체제를 정립해야 합니다.
나아가, 학교나 사회의 폭력을 보다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으려면 사회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즉, 경쟁력 만능주의의 가치관이 횡행하고 정글법칙이 무자비하게 지배하는 사회구조를 바꾸어 모든 사람이 존중되는 사회, 인간다운 사회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 가족 해체, 모방범죄 등을 조장하는 잘못된 성인문화와 매스컴의 선정주의 등을 치유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학생폭력만을 없앨 수 있다고 호언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끝으로, 학교폭력이라고 할 때, 학생들 사이의 폭력의 심각성에 못지 않게 선생님들에 의해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언어적 또는 물리적 폭력 또한 근절되어야 합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 모두를 소중한 인간으로 존중해야 하며,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의 자유와 인권과 존엄성이 훼손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드러내게 하고, 자기들의 사고와 판단에 따라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자기 삶의 책임있는 주체가 되도록 교육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선생님들이 그런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과 인사제도와 학교 시스템을 바꾸어주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학교폭력의 궁극적인 해법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쟁에서 오직 돈 있고 빽있는 소수, 힘 있는 소수만이 승리자가 되어 부와 특권을 누릴 수 있고, 남은 패배자들에게는 아무런 희망의 실마리도 주어지지 않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 구조를 더불어 믿고 나누며 사는 사람다운 삶의 터전으로 변모시키는 것임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교육부총리나 경찰청장 등 정부는 정글의 법칙을 깨뜨리고 모든 사람이 소중하게 존중되며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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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이나 이른바 일진회 문제에 대한 대책들...
- 가능한 중고등학교에서 [우리학교 내 학생폭력 실태와 해결 방안] 주제로 교육주체 토론회 개최 및 [무폭력 학교 선언]
- 폭력에 가담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 차원에서 학교장과 담임, 상담부장, 생활지도부장 등이 특별 지도 대책 마련
- 매주 또는 격주 1회의 학급회 및 월1회 대의원회 등 학생회 자치활동을 위한 회의체계 정립 및 활성화
-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 대한 학교 차원 정기 조사 결과 조치 : 이미 해 왔지만 확실히 하도록 함
- 학생 인권과 자치의 보장, 학생의 권리와 책임 규정을 위한 학생회 법제화 및 학생 자치활동 활성화, 학교운영위원회 참관
- 학교내 상담전문 교사, 생활지도 전문교사제 도입 - 현직 교사들 중 경험많은 베테랑에게는 특별상담사 자격 부여
- 가해 학생 중 외부 조직과 연계된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와 경찰, 지역복지시설, 시민단체 등의 합동 선도활동하며 정도가 심각한 경우 경찰에게 특별 대책 요구
- 학교내 클럽활동반 조직 방식의 혁신 : 교사가 편성한 부서를 학생들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동아리를 조직하고 모집하도록
- 교사들의 자치활동과 동아리활동 지도 능력 제고를 위한 학교내 자율연수 및 직무연수, 자격연수 과정 운영 등
- 피해 학생 발생 시 교육청과 학교가 즉각적이고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갖추고 치료와 보상 보장
- 일진회 등 학생폭력 피해학생 발생시 희망에 따라 특별한 심리치료 과정 운영
- 교사양성 과정, 신임교사 연수, 각종 교사 자격연수에서 학교폭력이나 일탈학생에 대한 교사들의 지도능력 제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