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xt
나쁜 남자
알 수 없는 사용자
2005. 3. 27. 09:21

|
나쁜 남자/ 장선우
정말 나쁘더군요
끝까지 나쁘더군요
화집을 끼고 앉아 잘생긴 남자친구
기다리던 여자였는데
나쁜 남자 만나 창녀가 되어
더이상 잃을 것도 없는 여자가 되어 따라가네요
사실은 부럽기조차 했어요
여자가 몸파는 동안
바닷가에 쪼그리고 앉아 무심하게
기다리고 있는 그 남자가
웬지 부러웠어요
그렇게 슬픈 밥 먹으면서도
함께 떠다닐 수 있다는 게 부러웠나요
더이상 잃을 것도 빼앗길 것도 없는
그들 사랑이 부러웠나요
* 그의 영화는 몰라도 그의 시는 참 좋다. 아마추어의 소박함이 되레 신선하다. 가벼운 무거움이라할지 무거운 가벼움이라할지... 그것도 유쾌하다. 그렇게 슬픈 밥 먹으면서도 한 생을 끝까지 떠나녀야 한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부러울 일일는지도... 아들 생일이다. 없는 시간 쪼개 꺼이꺼이 미역국을 끓여주었는데, 어제 먹던 카레를 달란다. 나쁜 자슥... 화가 덜 풀렸다 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