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eyes/literature
녹색희망
알 수 없는 사용자
2004. 12. 22. 06:40
좌파들이여! 녹색옷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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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난 이후 그 자리를 대신하는 가장 강력한 것이 있다면 그건 아마 녹색의 생태주의가 아닐까 한다. 연정에 참여해 정치적 주류층으로 부상한 독일 녹색당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거시적이건 미시적이건 녹색에 거는 희망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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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 조성일 기자 sicho@bookoo.co.kr
[2002/10/23] 그런 점에서 ‘아직도 생태주의자가 되길 주저하는 좌파 친구들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녹색 희망」(원제 VERT ESPERANCE, 알랭 리피에츠 지음 ? 박지현, 허남혁 옮김 ? 이후 펴냄)은 일단 맞춤한 입문서 구실을 한다.
우리에게 조절이론의 대가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인 이 책의 지은이 알랭 리피에츠(Alain Lipietz)는 1980년대 후반부터 환경과 발전문제에 천착하면서 자본주의의 각종 폐해를 뛰어넘는 각종 대안경제정책들, 이를 테면 노동시간 단축과 환경세에 대한 논의 같은 것을 개발하는 프랑스 녹색당의 경제정책 브레인이자 유럽의회 의원이다.
각자 희망 조화시킬 수 있는 사상의 틀은 녹색
지은이는 이 책에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경험을 중심으로 정치적 생태주의가 어떤 원칙과 형태로 발전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애시당초 좌파였던 그는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드높은 이상은 사회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집단적 소유 사상을 통한 사회주의 깃발 아래에서는 실현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자신의 색깔을 녹색으로 바꾸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적 생태주의가 바로 각자의 희망을 조화시킬 수 있는 사상의 틀과 패러다임이 될 수 있고, 녹색 정치가 그 기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녹색정치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포괄적인 기치들이 모두 모여 있는 우산 내지는 무지개를 잡아내는 장치라는 것.
특히 그는 “마오쩌뚱이나 체 게바라가 죽은 후에 정치를 알게 된 오늘날 젊은이들은 구소련 브레즈네프의 ‘현실 사회주의’나 미테랑 재임 시절의 사회관리주의 말고는 사회주의의 희망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여성주의’와 ‘생태주의’와 같은 삶의 질과 관련된 것으로 ‘노-자 대결’이나 ‘제2의 전선’을 형성하였”지만 이것 역시 중심 투쟁에 종속 되어 있었던 탓에 변혁의 잠재력이 크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 여성, 농민, 청년, 동성애자, 생태주의자, 제3세계 민중 등을 역사의 주체로 묶는 ‘무지개 정치’가 등장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이미 한 발짝 발전한 것이라고 그는 평가한다.
억압받는 자를 위한 진정한 길은?
물론 이 책은 프랑스의 녹색당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어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는 없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의 뜨거운 이슈가 ‘청계천 복원 논쟁’이었듯 지난 6.13 지방 선거에서 가장 뜨거웠던 쟁점이 지역 개발과 환경 문제였고, 특히 민주노동당이나 사회당 같은 진보정당이 환경 생태적 의식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을 제시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진보적 내지 좌파적 생태주의 발전에 대해 여러 의미를 던져준다.
이 책의 지은이는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이렇게 말한다.
“적색을 변화시키겠다는 허망한 꿈을 좇거나 협소한 적색과 녹색 그룹 주변에 머무르기보다는 - 신의를 저버릴 수 없어 적색을, 현실적으로 녹색을 선택해서 - 생태주의자들과 함께 사회적, 전 세계적 차원의 노력을 강조하는 녹색 페러다임을 갖고서 앞으로 나아가자.”
이것이야말로 “억압받는 자들의 투쟁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진정한 길”이라고 그는 믿는단다.

http://www.bookoo.co.kr/section1/2002/10/23/review4.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