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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얘기 - 호랑이 꼬리를 붙잡은 스님

알 수 없는 사용자 2004. 9. 12. 11:48
[이야기마을 : 전래동화] 발행월 : 96년 03월

호랑이 꼬리를 붙잡은 스님


임덕연/경기 안산 고잔초등학교 교사


마을 김 서방이 아랫마을에 가서 술을 한 잔 마시고 산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올 때였습니다. 술을 먹어서 그랬는지 졸음이 막 쏟아졌습니다.

ꡒ에이, 아무 데서나 한숨 자고 가야겠다.ꡓ

김 서방은 이리저리 살피다 산길 한쪽 바위에 비스듬히 누웠습니다.

그런데 손에 이상한 허리끈 비슷한 것이 잡혔습니다. 만져보니 감촉도 좋았습니다.

ꡒ아니, 누가 이 산에 감촉 좋은 허리끈을 흘렸을까? 허구한 날 술만 마신다고 바가지를 긁는 마누라한테 갖다주면 좋아하겠구먼!ꡓ

김 서방은 끈을 슬슬 당겼습니다. 그런데 끈이 꿈쩍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김 서방은 ꡐ어떤 놈이 한쪽 끝을 마주 잡고 있구나ꡑ라고 생각하며 힘껏 잡아 당겼습니다. 이왕 주운 거 남에게 빼앗기기 싫었습니다. 손에 침을 탁!  뱉고 잡아당기려고 보니까 글쎄 호랑이 꼬리인 것입니다.

ꡐ아이고 이를 어째!ꡑ

김 서방은 이제 꼬리를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꼬리를 놓았다간 호랑이 밥이 될 테니까요. 김 서방은 아예 호랑이 꼬리를 꽉 잡고 힘을 다해 잡아 당겼습니다.

호랑이는 잠을 자다 어느 놈이 꼬리를 잡아 당기자 깜짝 놀라 일어섰습니다.

호랑이가 앞발에 힘을 주고 일어서려니까 꼬리가 무엇인가에 꽉 잡혀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김 서방은 바위에 발을 버티고 서서 죽기살기로 꼬리를 잡아 당겼습니다.

호랑이는 생똥을 싸면서 힘을 썼으나 바위틈에 낀 꼬리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호랑이와 김 서방의 줄다리기는 한나절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호랑이도 김 서방도 기운이 다 빠졌습니다. 해가 서산에 꼴깍꼴깍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깊은 산중이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 누구에게 도와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김 서방 등줄기에 식은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이때 다행히도 스님 한 분이 산길을 지나갔습니다.

ꡒ스님, 이 호랑이 좀 때려잡아 주십시오. 저기 저 돌멩이로 호랑이 대가리를 힘껏 내리치시오. 어서!ꡓ

김 서방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스님은 김 서방을 돌아보며 손을 마주잡고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였습니다.

ꡒ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ꡓ

ꡒ아, 어서 돌멩이로 내리치라니까!ꡓ

김 서방은 더욱 안달이 나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바쁠 것 없다는 듯 그윽한 눈빛으로 호랑이와 호랑이 꼬리를 잡아당기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럴수록 김 서방은 더욱 안타까워 소리를 질렀습니다.

ꡒ저는 부처님을 모시는 불자입니다. 어찌 산 생명을 함부로 죽이겠습니까. 저를 이해해 주십시오. 저는 가겠습니다.ꡓ

ꡒ뭐, 뭐라고. 가겠다고. 이런……. 잠깐!ꡓ

ꡒ스님,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못한다면 나랑 일을 바꿉시다.ꡓ

ꡒ바꾸다니!ꡓ

ꡒ예,  스님이 여기 와서 꼬리를 잡고 있어요.  내가 그럼 돌멩이로 호랑이 골통을 박살내겠으니!ꡓ

스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김 서방에게 다가왔습니다.

ꡒ좋습니다. 조금이라도 내가 도와주지요. 빨리 끝내십시오.ꡓ

스님은 김 서방에게서 호랑이 꼬리를 넘겨 받았습니다. 김 서방은 호랑이 꼬리를 스님에게 넘겨주고 그제야 큰 숨을 들이 마셨습니다.

ꡒ아이고, 죽다 살아났네!ꡓ

김 서방은 허리춤에서 담배 한 대를 빼어 불을 붙였습니다. 급한 건 이제 스님이었습니다.

ꡒ어서 호랑이를 돌로 때리십시오.  설 때리면 우리 둘 다 죽습니다.  어서 골통을 내리치십시오.ꡓ

담배를 피우며 김서방은 호랑이 꼬리를 잡고 낑낑대는 스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아따, 어찌 자비를 베푸시는 스님께서 호랑이를 패 죽이라 하십니까!ꡓ

김 서방은 스님 혼자 두고 산길을 넘어 가 버렸습니다.

스님은 혼자 낑낑대며 호랑이 꼬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호랑이 꼬리가 그만 쑥 빠졌습니다. 그 바람에 스님은 호랑이 꼬리를 잡고 뒤로 발라당 넘어졌습니다. 호랑이는 꼬리를 뽑힌 채  산 속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지금도 꼬리 없는 호랑이가 산 속을 헤맨답니다. 자기 꼬리를 찾으러 말입니다.